한남북엇국 후기
지난 주말 친구들과 디뮤지엄을 다녀왔다. 지금 전시 중인 'I draw :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를 보러 갔는데 역대급으로 사람이 많아서 티켓 발권에도 번호표를 끊고 기다려야 했다. 한 40분쯤 기다리니까 차례가 됐다고 티켓부스로 오라길래 티켓 받고 입장했는데, 맙소사! 전시관 안쪽엔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결국 전시는 보는둥 마는둥. 그냥 사람들 많이 없어서 눈에 잘 보이는 그림만 몇 점 보다가 정신 없어서 얼른 엽서만 좀 사고 나왔다. 약간.. 봤던 전시 중 최악이었음. ㅋㅋㅋ 아무튼 전시 보고 나와서 근처 카페에서 수다 떨면서 아아를 때려주고 나니 허기가 져오기 시작.
사실 우리가 목표했던 곳은 알프키친 이라는 아주 핫한 곳이었다. 블로그 후기 보고 진짜 침 고여서... 친구들이랑 꼭 가자고 다짐하고 브레이크타임 끝나길 기다렸다가 갔는데 웨이팅이 너무 길어서 그냥 포기했다. 1시간 기다리라길래 주저없이 그냥 돌아 나옴. ㅎㅎ
그렇게 칼바람을 맞으며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지나오면서 봤던 한남북엇국에 가기로 했다.
디뮤지엄에서는 버스 한 정거장이라서 금방 간다. 날이 좋고 편한 신을 신었다면 걸어갈 만하지만 그날은 바람이 많이 불었고 우린 모두 그다지 편하지 않은 신을 신고 있었다.^_^ 그래서 버스를 타고 부랴부랴 내려가보니 다행히도 한남북엇국에는 자리가 있었다! (들어갈 땐 그냥 배고파서 급하게 들어가느라 못봤는데 나오면서 보니까 3층까지 자리가 있더라구!)
우리가 입장했을 때 6시가 채 안됐었는데 안으로 들어가보니 이미 다른 테이블에서는 술판이 벌어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안주가 너무 훌륭해. 이런 안주를 두고 술을 먹지 않는 건 조금 말이 안되는 일인 것이다.
우리는 일단 황급히 북엇국 3개를 주문하고 사이드로 먹을 만한 걸 고르기 시작했다. 메뉴판이랄 게 없고 이렇게 벽에 붙여둔 걸 보고 주문해야 하는데 울릉도 문어부터 뿔소라에 한우육회까지 없는 메뉴가 없다. (메뉴 정복하러 여러번 다시 가야 할 각임. )
밑반찬 세팅. 저 나물은 뭔지 모르겠다. 취나물? 곰치? 아무튼 맛있었다. 김치도 맛있고 내 입맛에 잘 맞는 강렬한 간이었다.
그리고 빠르게 나온 북엇국. 아이 뽀얘.
나오자 마자 한입 떠서 호로록 먹었는데 진짜 간도 세고 깊은 국물 맛이 너무 좋았다. 더군다나 밖에서 찬바람 맞으며 웨이팅 하다가 먹어서 그런지 더 맛있었음. 다들 왜 그렇게 여기서 술 먹고 북엇국으로 해장하면서 또 술마시느라 집에 안가는지 이해가 단박에 됐다.
공기밥은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갖다주시는데 그냥 나오자마자 냅다 말아 먹었다. 진짜 너무 좋음. 한참 먹다가 육전을 시키기로 하고, 청하를 주문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우린 아무 말도 없이 식사를 시작했다. ㅋㅋㅋㅋ
육전도 너무 맛있었어. 따로 양념장을 찍어먹지 않아도 간이 딱 맞아서 그냥 먹어도 맛있었다. 근데 참기름장에 찍어 먹으면 또 고소하니 너무 맛있어서 맘 같아선 몇 판 더 시켜먹고 싶었다. 나온지 10분만에 순삭된 육전. 그립다..
먹다가 너무 맛있고 술이 입에 짝 짝 붙어서 진지하게 다음날 연차써야 되나 고민을 하다가, 그래 그건 좀 그렇지. 하고 가까스로 자제하고 간단하게 마시고 나왔다. 근데 정말 얼큰하고 시원하고 술안주 좋아하는 나+친구들 입맛에는 너무나 취향저격이었던 이곳. 곧 다른 메뉴 도전하러 다시 가야겠다.
디뮤지엄 근처에 뭐 있는 게 없어서 (너무 황량해..) 늘 먹을 데 찾느라 고생이엇는데 혹시 나 같은 사람들이 있다면, 근처에서 간단하게 식사할 곳 찾는다면 한남 북엇국 추천해요! 영업 시간도 너무나 혜자스러움! 브레이크 타임 그런거 없어! 있대요 브레이크타임.^_^ 참고하세용!
- 오전 6시~오전 2시 (일요일: 오전 8시~오후9시)
- 브레이크타임 3시~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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